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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출애굽기(11)

편집부  /  기사입력 2019.04.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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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출애굽기(11)

     

    드보라

     

    29.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다.

     

    그렇게 술에 취하고 남편과 싸우며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었던 어느 봄이었다. 도시 사람들이 농촌 일손을 도와주며 일당을 벌려고 우리 동네를 찾아왔다. 그 사람들은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에 탈북자로 시골에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젊은 사람이 이렇게 외지고 어려운데 사느냐?”하며 안타까워했다. 시골은 항상 돈이 없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도시 나가면 돈 버는 데 많다며 내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받고는 무작정 짐을 싸서 도시로 출발했다.

     

    30. 북경에 가서 마사지 일을 시작하다.

     

    어렵게 이동해서 그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 그 사람은 대뜸 나에게 한국 가자고 했다. 나는 안기부 사람인가 싶어서 절대로 안 간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나에게 돈을 벌도록 도와줄 사람이라며 어떤 이상한 남자를 소개하더니 그 사람과 함께 나를 북경으로 보냈다.

     

    북경에서 어떤 큰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으쓱하고 색깔이 뻘건 불이 많은 그곳은 사람들이 샤워도 하고 안마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 다행히 사장은 연변 사람이라 조선말을 했다. 사장은 나에게 마사지를 배우라고 했다. 그곳에는 오후만 되면 엄청 예쁜 대학생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들이 단체로 와서 마사지했다. 홀 같은데 남자들이 흰 가운을 입고 누워 있으면 그 아이들이 마사지하는 것이었다. 사장은 그중 어떤 여자한테 나에게 마사지를 가르치라고 맡겼다.

     

    나는 마사지를 배워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마사지에 전혀 소질이 없었다. 나는 열심히 주무르는데 남자가 아파하기 일쑤였다. 더는 못하겠다 싶어서 사정했더니, 사장은 다른 일을 소개해 주었다. 어느 공안의 집에 어머니를 모시는데 가정부를 하라는 것이다. 공안이라니당장 나를 잡아갈 수도 있는 사람 집에서 어떻게 가정부를 하라는 건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하고 다시 나와 보니 또 마사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1. 일을 접고 다시 시골로 돌아오다.

     

    가슴이 답답하고 암담했다. 그러면서 괜히 감정이 북받쳐서 그냥 다시 집에 보내달라고 사무실에서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었더니 사장이 나를 데리고 기차를 태워서 다시 연길로 보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아찔한 일이었다. 그 사람이 나를 다른 험한 곳으로 팔아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차표까지 사주고 나를 보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도 큰 손해였을 것이다. 게다가 북경까지 왔다 갔다 한 것 자체가 사실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나중에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예쁘장한 중국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나에게 대뜸 기차 칸에서 차표 검열 안 하디?”하고 물었다. 신분증 검사를 못해도 2번은 하는데 너는 어떻게 피했느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정신이 아찔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주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셨다는 것 외에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픈도어 제공)

    편집부 www.gb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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