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속초13.4℃
  • 흐림16.9℃
  • 흐림철원16.1℃
  • 흐림동두천19.5℃
  • 흐림파주18.2℃
  • 흐림대관령7.8℃
  • 흐림춘천16.6℃
  • 비백령도11.1℃
  • 흐림북강릉13.8℃
  • 흐림강릉15.0℃
  • 흐림동해14.4℃
  • 흐림서울20.8℃
  • 흐림인천18.1℃
  • 흐림원주20.9℃
  • 흐림울릉도11.2℃
  • 흐림수원21.4℃
  • 흐림영월18.1℃
  • 흐림충주20.7℃
  • 흐림서산17.4℃
  • 흐림울진13.8℃
  • 흐림청주21.5℃
  • 흐림대전20.0℃
  • 흐림추풍령16.8℃
  • 흐림안동17.2℃
  • 흐림상주18.8℃
  • 흐림포항13.9℃
  • 흐림군산15.3℃
  • 흐림대구15.3℃
  • 흐림전주16.6℃
  • 흐림울산14.0℃
  • 흐림창원17.8℃
  • 흐림광주17.5℃
  • 흐림부산15.3℃
  • 흐림통영16.7℃
  • 비목포15.2℃
  • 흐림여수16.6℃
  • 비흑산도13.0℃
  • 흐림완도15.3℃
  • 흐림고창15.1℃
  • 흐림순천16.6℃
  • 흐림홍성(예)18.8℃
  • 흐림20.0℃
  • 비제주15.4℃
  • 흐림고산15.6℃
  • 흐림성산15.0℃
  • 비서귀포15.2℃
  • 흐림진주19.0℃
  • 흐림강화17.6℃
  • 흐림양평21.0℃
  • 흐림이천21.5℃
  • 흐림인제14.6℃
  • 흐림홍천18.2℃
  • 구름많음태백10.4℃
  • 흐림정선군14.3℃
  • 흐림제천18.3℃
  • 흐림보은18.6℃
  • 흐림천안21.0℃
  • 흐림보령15.6℃
  • 흐림부여19.6℃
  • 흐림금산18.9℃
  • 흐림20.1℃
  • 흐림부안15.5℃
  • 흐림임실17.2℃
  • 흐림정읍16.1℃
  • 흐림남원18.3℃
  • 흐림장수16.8℃
  • 흐림고창군15.3℃
  • 흐림영광군15.3℃
  • 흐림김해시16.0℃
  • 흐림순창군18.7℃
  • 흐림북창원17.6℃
  • 흐림양산시16.5℃
  • 흐림보성군16.2℃
  • 흐림강진군15.6℃
  • 흐림장흥16.0℃
  • 흐림해남14.9℃
  • 흐림고흥16.0℃
  • 흐림의령군18.3℃
  • 흐림함양군17.5℃
  • 흐림광양시18.2℃
  • 흐림진도군14.5℃
  • 흐림봉화15.3℃
  • 구름많음영주17.4℃
  • 흐림문경18.0℃
  • 흐림청송군14.3℃
  • 흐림영덕13.4℃
  • 구름많음의성17.8℃
  • 흐림구미17.7℃
  • 흐림영천15.0℃
  • 흐림경주시13.6℃
  • 흐림거창16.2℃
  • 흐림합천18.1℃
  • 흐림밀양16.0℃
  • 흐림산청17.5℃
  • 흐림거제16.1℃
  • 흐림남해17.6℃
  • 흐림16.5℃
기상청 제공
청송에서 천국으로(1)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상권 목사 칼럼

청송에서 천국으로(1)

박효진 장로의 신앙 에세이

청송에서 천국으로(1)

 

 

박효진 장로1.jpg

박효진 장로

서울명문교회

 

 

2020년 12월 어느 금요일, 밤늦은 시간에 문자 메시지가 딩동 울렸습니다.

 

서 목사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뜻밖의 부고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같이 보내며 위로하고 의지하였던 그의 친구 되신 강 목사님이 보낸 몇 자 되지 않은 글씨를 읽어 나가는 데도 한참이나 걸린 듯하였습니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들어 그냥 눈을 감고 우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예순다섯.

 

너무 일찍 이 땅을 떠난 서 목사님을 처음 만난 날이 가슴 시리도록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삼십오 년도 훨씬 더 오래된 옛적 그날 청송제2 보호감호소에서 교도관이었던 나와 서 목사님은 처음 만났습니다. 청송제1 보호감호소에서 복역하던 수용자들이 일정 기간 복역을 마치면 2감호소로 이송을 오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약 50여 명의 감호자 이입 절차를 진행하느라 강당은 시장바닥같이 북적거리고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온 개인 소지품(흔히들 징역 보따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과 사람들이 뒤섞여 복잡한 가운데 다들 마룻바닥에 앉아서 배식된 점심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초급간부였던 나는 현장을 감독하며 순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수용자가 식판에 밥을 손도 대지 않고 벌렁 드러누워 자기의 양손을 깍지 끼워 베게 한 채 내 눈을 도전적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심히 건방스러운 그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많이 상한 내가 불쑥 “야! 너는 밥도 안 처먹고 왜 드러누워 뭐 하고 있나?”라고 했습니다.

 

아따···. 간부가 되어가꼬 그 말 좀 가려가 하소.”

  

여전히 드러누워 나를 빤히 쳐다보며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건방스런 시비를 걸듯 느물스런 웃음까지 지어 보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식판을 툭툭 치면서 내뱉은 말.

 

“보소! 내가 짐승인교? 땅바닥에 앉아 밥 먹느니 차라리 굶고 말끼요.”

 

“야! 도둑놈 주제에 무슨 말이 그리 많냐?”

 

순간 그가 눈을 부라리며 내 코앞까지 그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보소, 주임님요. 내 징역을 숱하게 살았지만 난 도둑놈 아니요. 평생 남의 거 오배(훔치기의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본적 없소.”

 

“그럼 왜 여기 청송까지 온 거야”

 

“궁금하면 내 신분장 확인해 보믄 알꺼 아닝교.”

 

당시 나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껍데기 교인이었던지라 수용자들에 대하여 거칠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수용관리를 하고 있었던 때라 그의 이러한 태도를 참고 용납하기 어려웠지만 조금은 호기심도 생기고 하여 그를 신분카드 확인 테이블로 데리고 왔습니다.

 

입건전과 10범, 실형전과 5범.

 

놀라운 사실은 그의 모든 전과는 폭력, 상해 등 주먹질로 인한 것뿐이었고 절도, 강도, 사기와 같은 범죄는 전혀 저지르지 않은 특별한 수용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너 참 특이하네. 주먹 못 써서 죽은 원통한 귀신이 붙었나. 이게 뭐고? 전부 폭력이네···. 어? 그런데 너 주소가 대구로 되어있네? 나도 대군데.”

  

순간 그가 깜짝 놀라며 내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죽을죄를 지었심더. 고향 선배님을 몰라보고 큰 무례를 행했네예. 죄송합니더.”

 

서 목사님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지면을 통하여 그와 내가 어떻게 변화되어 주님 안에서 동역자가 되어가고 죄와 싸워 이겨나가는 피나는 몸부림의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가겠습니다.

 

차가운 교회의 텅 빈 공간에서 아무도 지켜보아 주지 못한 외로운 죽음의 순간에도 그의 눈앞에 어쩌면 우리의 첫 만남과 더불어 긴 삶의 여정이 스쳐 지나갔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는 성공한 목사님이었습니다.

 

편집부 www.gbhana.com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