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박은숙 기자
기자의 명함을 가지고 취재 현장을 찾아다니며 정신없이 뛰다 보니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그것을 기사로 만들어 신문에 올리는 것은 더 어렵다. 신문 발행을 하고 나면 항상 마음을 졸이고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 오타는 없었는지, 혹시 잘못 전달한 건 아닌지…
그런데 신문에는 기사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교회나 기독단체, 그리고 일반 업체 등 광고 의뢰가 들어오면 편집부에서는 광고를 디자인해서 올리게 된다. 사실 신문 기사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광고 제작이다. 그래서 편집부는 광고 시안을 짜면 광고 의뢰주와 여러 번에 걸쳐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종종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번 신문 발행에서 우리 편집부에서는 인물 사진의 위치가 바뀌는 실수를 했다.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신문 발행 당일 날 그것을 발견했다. 그럴 때의 심정은 몹시 힘들다. 신문을 다시 회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전부일 뿐이다. 그때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범하게 포용해주는 광고주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신문사에서 다른 행사에 광고 협찬을 했는데 그 책자에 편집이 잘못돼 광고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경우가 생겼다. 전체 면을 우리가 직접 편집해 파일을 넘겼기에 그대로 실기만 하면 됐는데, 그쪽에서 레이아웃을 잘못 잡아 두 개 이미지가 겹쳐버린 것이다. 그 광고를 보는 순간, 1시간 정도는 마음이 몹시 상했다. 그러나 그때 비로소 정확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실수했을 때 상대방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우리는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손해가 먼저이지, 상대방의 난처한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는 일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성경 말씀을 읽고 또 읽어도 그대로 살아내는 것은 항상 쉽지가 않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우리가 듣고 싶은 그 말을 우리가 먼저 웃으며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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