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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일제강점기 저항시

편집부  /  기사입력 2019.03.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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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李相和, 1901~1943).jpg

    이상화(李相和, 1901~1943)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년 발표)는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항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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