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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천국으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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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천국으로(3)

박효진 장로의 신앙 에세이

청송에서 천국으로(3)

 

 

박효진 장로1.jpg

박효진 장로

서울명문교회

 

그렇게 시작된 그의 책과의 씨름은 상상을 초월한 치열함과 몸부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청송감호소, 그 힘들고 어려운 징역살이 속에서 잔꾀로 일신의 평안을 도모코자 하는 그의 얄팍한 수법이 언제쯤이나 그 본색을 드러낼 것인가에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그를 치켜보던 많은 교도관들과 동료 수용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책과 시간과의 씨름을 계속하였습니다. 실로 믿기지 아니할 생활의 변화가 자연스레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운동시간에도 단어장은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고, 감호소 내에서 가끔씩 열리는 영화관람 시간이나 외부에서 찾아와 위문행사를 열어주는 시간에도 그는 감방에 혼자 남아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놀라운 변화에 수긍하기 시작했고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갔습니다.

 

주임님, 왜 제가 진작 이것을 깨닫지 못했을까예? 제가 얼마나 무식하고 머저리였는가를 이제야 알고 나니 내 가슴을 쥐어뜯고 싶습니더. 인제라도 눈 떴으니까 죽을 각오로 새 인생 살아 볼랍니더.”

 

결연한 의지로 입술까지 악물며 다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난폭과 명분 없는 정의감으로 폭력을 휘두르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공포와 불안을 던져주던 표정이 사라졌고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생각자제와 더불어 미미하나마 인격의 태동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해,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가뿐하게 통과하고 합격통지서를 받아든 그 날, 그는 그답지 않게 두 눈에서부터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아니 하고 줄곧 어깨만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인간답게 살아 볼랍니더. 내 가족들에게 차마 못 할 고통만 안겨준 내 인생이 참말로 원망스럽십니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더.”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그의 가정사를 들어 알고 있던 나는 단절된 그의 가족관계를 회복시켜 주고픈 마음이 간절했으나 너무 깊게 패어진 그들의 골은 접근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그의 자녀들은 결코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고 이것을 그는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한 짓이 있는데 당연한 일이지예. 저는 아부지라고 할 자격조차 전혀 없는 놈이니까예.”

 

천지간에 의지할 데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는 그의 분노와 혈기는 으레 폭력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철창을 들락거려 왔음에 그것이 당연한 그의 삶으로 고착되어 왔지만, 이제 그는 캄캄한 흑암 속에서 비로소 바늘구멍만 한 빛을 찾았고 음습한 동굴의 밑바닥에서부터 위로 향한 탈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깊은 겨울밤. 산천이 왼통 눈에 덮여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듯한 그 날, 나는 당직근무 중 일상적인 소내 순찰을 나섰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 문득 그의 자는 모습이라도 한 번 보고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그가 수용된 감방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모두가 잠든 그 시간임에도 그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늘상 그랬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시간에 .

 

창살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불쑥 뜻밖의 제안을 하였습니다.

 

성태야, 지금 밖에 눈 엄청 내리고 있는 거 아나?”

, 폭설이네예.”

니 내하고 지금 눈 밟으러 한 번 나가볼까?”

놀리지 마소, 이 밤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꺼?”

 

그랬습니다. 그의 말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시설 내에서 야간에 재소자가 밖으로 나온다는 것은 원칙상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날 나는 원칙보다는 한 인간을 위한 재량(물론 규정상 위법입니다만)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감방문을 열고 그를 불러내어 둘이서 정강이까지 쌓인 연병장 눈밭 위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눈 녹은 물이 젖어들어 발은 시려왔지만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은 우리의 머리와 어깨를 덮어왔고 연병장에 쌓인 눈은 우리의 발을 깊이 빨아들였습니다. 그날 우리는 특이하게도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눈 위를 걷던 그 밤 이후로 그의 삶은 더욱 놀라운 변모를 거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눈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각오를 가졌는지 나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쉼 없는 변화를 위해 몸부림하는 수도사를 연상시킬 만큼의 모습으로 살며, 공부하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듬해,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까지 합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우레같은 한 인생의 대변화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편집부 www.gb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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