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훈식 교장
상주동부초등학교
평교사 시절에 학급 담임을 맡으면 늘 정하는 급훈 셋이 있다. 첫째는 ‘정직이 최선이다’이고, 둘째는 ‘착한 사람이 되자’이며, 셋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이다.
첫째, 중모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과학 수업을 마치고 사용했던 실험 기구를 정리해서 제자리에 가져다 놓게 하고는 다음 시간의 수업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두 명의 아이가 교실에 오지를 않아서 과학실에 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실험용 책상 위와 주위가 온통 모래였다. 흩어진 모래를 청소하고 있던 두 아이는 내가 과학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에게 혼이 날까 봐 벌써 안색이 굳어 버린 상태였다. 분명히 교실로 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장난을 친 게 틀림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과학실이 이 모양이냐?”고 물었더니 “알코올램프에 불붙이는 것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 한 번 더 붙였는데…, 불 끄는 것을 서로 해보려고 밀치다가 그만…. 알코올램프가 엎질러지면서 책상 위에 불이 붙었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했니?”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에게 배운 데로 방화사용 모래를 집어 던져서 불을 껐는데….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그래! 참 대처를 잘했다. 앞으로 선생님이 없을 때는 위험한 실험을 하면 안 된다.” “네~~!”
이들은 중모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2년간을 담임하면서 늘 강조해서 그랬는지 ‘정직이 최선이다’라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본다. 선생님에게 혼이 날 줄 알았었는데 오히려 대처를 잘했다고 칭찬을 들었으니 사고를 치고서도 신이 났음을 본다. 이제는 이 아이들처럼 자기 잘못을 변명하는 모습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낯 뜨거운 내로남불 이야기보다는 공정하고도 정직한 내로남로(내가 할 때 로맨스면 남이 해도 로맨스)와 내불남불(내가 할 때 불륜이면 남이 해도 불륜) 얘기를 듣고 싶다.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7:5)는 말씀이 자꾸만 귓가에 울린다.
둘째, 역시 중모초등학교에서 2학년을 담임할 때였다. 한 번은 한 아이가 다리를 절면서 교실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왜 다쳤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6학년 형이 반 친구를 괴롭히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항의를 하다가 차여서 그랬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2학년 아이가 하는 이야기로는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평소에 ‘착한 사람이 되자.’라고 열심히 얘기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많이 바뀐 세상이 되었다. 선함조차도 악으로 뒤집어씌우는 악한 세대이다 보니 나와 무관하다면 그 어느 누가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쉽게 도움을 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10:36)고 물으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치는 우리의 모습을 책망하시는 소리로 들린다.
셋째, 이번에는 모동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담임할 때였다. 교육장기 타기 육상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반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출전 선수가 되었다. 전교어린이회장도 나름 자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을 하였다. 달리기 실력이 평범했고 키도 작은 편이었기에 나로서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1등을 해서 온 것이다. 그런데 무릎을 보니 온통 상처투성이다. 목표 높이를 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온 힘을 쏟다 보니 자기 힘을 못 이긴 채 넘어져 무릎이 까져서 다친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많은 어른들이 어렵고 힘든 일에는 오래 참지를 못하고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도태가 되는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을 하였겠지만, 정작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주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고 본다. 비록 더디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격려를 하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진 듯이 기다려주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허물 많고 죄 많은 나를 주님께서 기다려주심과 같이….
Copyright @2024 경북하나신문 하나굿뉴스. All rights reserved.
▲영주시 평은면 연당교회, 사랑의 지팡이 100개 기부.(사진=영주시 제공) 영주시 평은면 연당교회는 지난 8일 평은면에 사랑의...
“주님이 가장 사랑하시는무명의 기도자들께” 책소개 ❙ 이 책은 기도의 초점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기도의 방향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되도록 영점(零點)을 ...
▲ 한국국제기드온협회 제15차 대경지역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의 전체 기념촬영. 한국국제기드온협회 제15차 대경지역대회가 지난 4월...
2014년, 후티(시아파 무슬림 소수 집단)는 하디 대통령에 맞서 쿠테타를 일으켰다. 하디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고 내전은 계속되었다. 10만명의 사망자와 25만명의 실향...
▲ 예천 풍양면 서동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 경북지방 소속)에 세워진 종탑. “때앵~ 땡~ 때앵~ 땡~” 한국교회에서 종소리는 큰...
(사진=인터넷 캡쳐)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가 제22대 국회의 기독의원들을 향해 “기독교 가치관을 실현하는 데...
▲이철우 도지사가 포항지역발전협의회·포항시의정회 초청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
▲형산강 유채꽃 단지현장.(사진=경주시 제공) 경주 형산강변이 황금빛 유채꽃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시는 서천교 인근...
▲경상북도·고령군, 합동 배회대처 모의훈련 실시.(사진=고령군 제공) 고령군(군수 이남철)은 5월 9일(목) 우곡면 도진리 치매...
▲최첨단 통합RPC 준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사진=구미시 제공) 구미시는 10일 선산읍 화조리에서 농협 쌀 조합 ...
▲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 장학생 274명 선발.(사진=영주시 제공) 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는 지난 9일 개최된 제53차 이사회에서 올...
▲울릉군, 바다식목일 기념행사 대통령 표창 수상.(사진=울릉군 제공) 울릉군이 5월 10일 경북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해양수산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