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석 길 목사
구미남교회
흔히들 부부 사이를 무촌(無寸)이라고 합니다. ‘결혼 전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남남이 만났다’라는 뜻이지 싶습니다. 동시에 무촌이라는 말은 ‘촌수를 셀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가까운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무촌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신비롭기만 합니다.
실제로 전혀 관계가 없었던 남녀가 우연하게 만나서 촌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는 점에서 결혼이 기이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으며, 하늘에 있는 천사처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따르면 결혼은 우리가사는 현세대에 국한된 제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결혼제도를 만드셨을까요? 그것은 결혼을 통하여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우리의 삶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놀라운 축복이 바로 결혼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자와 여자로 지음을 받은 우리가 믿음 안에서 다시 하나가 되는 연합을 결혼이라는 범주 안에서 실천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다르게 만드셨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를 다시 하나 되게 하신 것이 결혼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결혼이기에 간단하거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둘이었던 우리가 하나로 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자기를 낮추시고 자기를 내어주신 그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었듯이, 우리의 연합은 끝없이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이 있을 때 가능하며, 그것이 바로 결혼입니다.
무촌으로서 남남이었던 우리가 다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너무나 가까운 무촌으로 완성이 되려면 끝없이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자녀들이 결혼의 의미를 배울 것이고 불신자들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결혼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고 결혼으로 믿음의 삶이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혼입니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그려야 할 최고의 그림은 그래서 결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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