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목사
구미남교회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잘 다녀왔습니다. 이 길은 800여 킬로가 되는 거리를 40일 계획으로 많이 걷습니다. 나는 휴가를 대신해서 다녀오는 여행이어서 보름 일정이지만 실제로 걷는 날짜는 11일이 됩니다. 그래서 더 많이 걷기 위해서 매일 30여 킬로를 걸었습니다. 때로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사람의 몸이 극에 달할 정도로 힘이 들면 정신세계는 순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들과 설교가들이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그림이 무엇이더냐고 물으신다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로 이어지는 밀밭도 아니고, 마치 그림에나 나올 법한 평온한 언덕에 소들이 풀을 뜯는 풍경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산티아고를 향해서 걷는 길에 노란색 가리비 모양의 조개와 방향을 가리키는 노란색 화살표였습니다.
그 화살표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걷기만 하거나 때로는 오른쪽으로 꺾거나, 때로는 왼쪽으로 내려가는 노란색의 화살표를 따라서 걸었습니다. 그 노란색은 깊은 숲 속을 통과할 때나 소를 키우는 목장을 가로질러 갈 때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었습니다. 그 노란색의 화살표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심을 통과할 때도 곳곳에 작지만 앙증맞은 노란색으로 화살표 표시가 있었고 그것을 따라서 걸으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은 그 노란색의 방향 표시가 애매하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2킬로, 3킬로씩 엉뚱한 방향으로 잘 못 가기도 했었습니다.
목적지가 있었지만 표시가 희미한 것 때문에 주저주저하거나 힘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 이야기와 같지 싶습니다. ‘부모인 나를 바라보는 자녀들이 신앙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는지?’, ‘나는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쪽입니다’라는 믿음의 방향표시가 잘 되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내 앞에 와서 방향 표시의 빛이 바래어졌거나 화살표가 부러진 나로 인해서 엉뚱한 쪽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꿈에도 나올 것 같은 그 노란색 화살표처럼 누군가에게 길을 보여주는 우리 모두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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