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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짐은 차원이 다른 매력이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4.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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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석길 목사의 영성칼럼

    구부러짐은 차원이 다른 매력이다

     

    천석길 목사(구미남).jpg

    천석길 목사

    구미남교회

          

    숲길을 걸으면서 철학적인 생각에 젖어들었습니다. 이곳저곳에 자리를 차지한 나무를 바라보니 온통 팔을 벌린 채 하늘의 빛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구부러진 뿌리로 땅 밑의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나무는 애써서 하늘빛을 더 쪼이려고 하늘하늘 그 잎을 움직이며, 땅 아래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려고 돌멩이를 피하면서 뿌리도 그렇게 구부러진 듯합니다. 자세히 보면 모양이 좋은 나무일수록 가까이 다가서 보면 구부러짐이 더 촘촘합니다. 저만치에서 볼 때는 멋있어 보였던 나무를 가까이서 보니 한결같이 곧음이 없어 이리저리로 구부러져 있지만, 그 구부러짐은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멋있는 나무일수록 자세히 보니 똑바로 뻗은 가지는 잘 없었습니다. 물론 쭉 뻗은 대나무는 다른 이들에게 그늘과 쉼을 주지 못합니다. 구부러지고 휘어진 가지에 새들이 앉아서 쉬고 있고, 구부러지고 휘어진 그 가지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냅니다. 구부러진 가지 아래에 사람들이 앉아서 그늘을 즐기고, 구부러진 가지에 다람쥐가 하루종일 놀이를 하고, 구부러진 가지에 새들이 둥지를 틉니다. 구부러진 가지는 비틀릴 때에 옹이가 생겼고, 세월이 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축 늘어진 구부러짐마저 또 하나의 멋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이와 같지 싶습니다. 실패 없이 쭈욱 출세 가도를 달린 사람들은 똑바른 나무와 같아서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쉼을 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아픔으로 우리 인생에 생겨난 구부러짐은 누군가에게 쉼을 줄 수 있고, 누군가는 그 구부러짐에 기대어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 아름다우려면 구부러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조화를 만들어내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 됩니다.

     

    그 사람만의 특이한 습관과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세상을 버티어 낸 구부러진 흔적으로 너그러이 받아 준다면 우리는 그와 더불어 또 하나의 숲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내게 구부러진 흔적이 있듯이 그에게도 구부러질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팔을 벌려서 받아 주십시다. 그래서 아름다운 숲을 이루십시다. 구부러짐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어서 큰 어울림의 숲이 되는 교회가 되십시다.

     

    편집부 www.gb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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